도시경관탐사대
금진해변
강릉에는 20개가 넘는 해변들이 있다. 그 가운데 금진해변은 규모는 작지 않으면서도 한적한 편이다. 그러던 금진해변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로 한창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해양 스포츠인 서핑 덕이다. 금진해변을 찾아가는 길은 바닷가로 이어지는 코스로 잡는 것이 좋다. 정동진을 지나 바위 절벽의 해안길이 나오는데 이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난 헌화로이다. 헌화로가 끝나는 곳에 금진항이 있는데 강릉의 남쪽 끝에 해당된다. 그곳에서 다시 한 모퉁이 크게 더 가면 금진해변이 나온다. 마을 뒤로 산이 떡 버티고 있고 활처럼 굽은 해변이 파도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펼쳐진다. 멀리 옥계항과 그 너머로 망상해변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면 색다른 해변거리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 해변거리와 백사장 사이의 도로는 조금 높아서 마치 둑길을 지나는 느낌이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그 거리를 서핑복을 입은 사람들이 오간다. 카페 테라스에서 한가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한산한 도로를 가로질러 바다로 뛰어가는 모습은 조금은 이국적이기도 하다. 해변의 경치에서도 독특한 풍광이 또 하나있다. 금진항 뒤쪽으로, 산이 바다에 가까워지면서 평탄한 테라스 모양을 이룬 곳이 보인다. 정동진 해안단구이다. 약 200~250만 년 전에 형성된 지형인데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되었다. 금진해변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대 중반 서퍼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서퍼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여유있게 서핑할 곳을 찾게 되었는데 마침 해변의 길이도 거의 1Km로 짧지 않고 다소 외진 곳에 있는 금진해변이 들어온 것이다. 물도 맑고 물살도 안정적이라고 한다. 변화가 시작되었고 2020년 현재 서핑을 가르치는 곳도 5개가 넘는가 하면, 카페며 펜션도 곳곳에 들어서 있다. 여기에 풍경을 바꿀 강릉시의 계획도 더해질 것 같다. 강릉시는 서퍼들이 바다에서 바로 파도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간이 부두인 폰툰(pontoon)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속도로에서 옥계로 나오면 가깝지만 강릉에서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기가 다소 불편하다. 그래서 금진해변은 여전히 한적한 매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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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 바닷가에서의 하룻밤 연곡해변 캠핑장
바다를 바라보며 하룻밤 캠핑하는 로망으로 캠핑장을 찾는다.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텐트를 치고 캠핑 의자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본다. 이런 맛에 바다에 오는 것이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내일 아침 텐트만 열면 바로 일출을 보게 될 것이란 기대를 해보았다면 연곡해변 캠핑장이 바로 답이다. 솔향기 캠핑장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름 그대로 바닷가 소나무 숲속에 있는 야영장이다. 보통 야영이 허락된 해변은 많지 않다. 특히 해변의 소나무 숲에서의 캠핑은 소나무 보호를 위해 대부분 금지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점에서 강릉관광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이 캠핑장은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은 경관과 캠핑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품격 있는 캠핑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각 구역이 잘 정리되고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여러 시선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캠핑장 입구에 들어서면 건장한 소나무가 양 옆으로 갈라서며 그 끝에 푸른바다를 띄워준다. 좌우로 소나무 숲속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가 여러 가지 크기로 놓여있다. 번호가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텐트 사이의 공간은 여유가 있어 쾌적하게 느껴진다. 그 사이로 길들이 구부렁하게 나 있어 텐트 타운의 운치가 있다. 사적인 공간이나 휴식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없이 나무들 사이로 주변을 산책하는 여유도 누릴 수 있다. 카라반 트레일러도 8개가 있는데 그에 딸린 작은 테라스에서는 바다를 더욱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연곡천 하구의 눈부시게 빛나는 모래톱을 산책할 수 있다. 사천해변까지 약 4km에 이르는 해변을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연중무휴로 운영되는데 콧등 시린 것도 마다않고 겨울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터넷 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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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허초희와 허균을 만나다 -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은 조선시대, 한자를 숭상하는 유교 신분사회 속에서 신분타파와 평등이라는 혁명적 사고를 담은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작가, 교산 허균과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제한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와 그림이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유명해진 난설헌 허초희를 기리기위한 장소이다. 허초희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문인의 한사람이며, 300여 수의 시와 기타 산문, 수필 등을 남겼으며 213수 정도가 현재 전한다. 서예와 그림에도 능했다. 조선시대 여성은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허초희는 동생인 허균이 문집을 명나라에서 출간함으로써 알려졌다. 조선시대 여성 중 이름이 전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난설헌 허초희 생가터로, 솟을대문과 널찍한 마당과 황토색이 예쁜 벽을 지닌 아름다운 기와집과,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념관과 시비가 함께 있다. 그리고 전통차 체험관이 있어 체험비 천 원을 내면 한옥에 앉아 아리따운 한복을 입으신 분들이 내어주는 녹차를 음미할 수 있다. 여행객들에게는 잠시 쉼표를 내는 순간이기도 하면서 어린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녹차향에 취해 있다가 발걸음을 떼면 눈앞에 아름드리 소나무 세상이 펼쳐진다. 이 곳은 사시사철 아름드리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숲을 이루고 봄이면 벚나무가 하얀 꽃잎을 날리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어 운치 있고 겨울이면 눈에 쌓여 고요한 곳이 된다. 또한 기와집 옆 숲길을 따라 경포 쪽으로 걸어가면 경포호수 생태공원과 연꽃공원을 만날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간을 두세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기념공원을 돌아보고 소나무 숲길을 따라 경포호수를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년 봄가을로 교산 문화제와 난설헌 문화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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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어촌마을의 서정 - 주문진등대와 등대마을
주문진 등대와 등대마을은 언덕 위에 있어 해안 도로변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올라가는데 큰 힘이 들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어촌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찾고 싶다면 정감이 듬뿍 느껴지는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언덕을 오르고 처음 만나는 주문진 등대는 1918년 3월에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설치되었으며 주문진항은 당시 부산에서 원산까지 가는 항로의 중간 기항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던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한다. 이 등대에 서면 100여 년이 지난 문화재로서뿐만 아니라 한 눈에 동해를 조망할 수 있고 멀리 안인 발전소와 정동진 끝자락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감도는 해안선까지 아련하게 눈에 들어온다. 괘방산, 칠성산, 대관령 그리고 오대산으로 이어져 에둘러진 산자락을 볼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만족도가 높아 점점 많은 사람들이 풍광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으로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주문진 등대를 나오면 새뜰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주문진 등대마을이라고 불린다. 바우길 12구간(사천해변에서 주문진해변을 걷는 구간)이기도 한 이곳을 구석구석 걸어 다니다 보면 곳곳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오르느라 힘들었을 객을 위해 잠시 쉬었다 가도록 쉼 의자를 설치한 배려를 만나기도 하고, 골목 벽에는 항구와 관련된 그림들을 볼 수도 있는데 일정 기간 동안 지역 화가와 서예가, 사진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대 골목길 갤러리로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등대 1길을 거의 내려오니 광장 같은 곳이 있었고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면 다른 곳과는 달리 규모가 큰 주문진 성황당이 자리 잡고 있다. 주문진 어촌계 주관으로 음력 3월 9일, 9월 9일 자정에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며 풍어제는 3년에 한 번씩 지내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문화를 낡고 오랜 인습이라 여기지 않고 지키고 있는 풍어제도 하나의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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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모든 날이 좋은 강릉 해변 소나무 숲길
경포에서 안목까지 바닷가를 따라 난 길이 창해로이다. 이 길을 따라 해변 소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안목해변에서 강문해변까지 약 4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로서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다. 이 길은 강릉 바우길 17개 구간 중 5구간에 속한다. 바닷가를 따라 평탄하게 걷는 길이여서 남녀노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맑은 날에는 푸른 바다와 솔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여서 좋고, 비 오는 날에는 그윽한 운치가 있어 좋고, 눈이 오는 날에는 고요해서 좋고,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해서 좋고, 그때마다 색깔이 달라 언제 방문하든 좋은 곳이다. 강릉 해변 소나무 숲길 주변 논은 강릉의 곡창 지대로서 유명했다고 한다. 해무로 인한 냉해가 계속되어서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소나무 숲이 되었다고 한다. 안목이나 경포에서 출발하여 성인 걸음으로 산책하는 속도로 걸으면 1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중간에 각각의 해변을 즐기고 시원한 바닷바람에 소나무 구경을 하다보면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가는 곳이다. 시작은 경포해변에서 남쪽으로 걸어 안목해변 쪽으로 가도 되고 안목해변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경포해변 쪽으로 가도 된다. 걷다 보면 딴봉마을이라는 이름을 지닌 송정해변 소나무 숲이 있다. 겨울철 자연 청정 가습기 역할을 하는 솔방울을 주울 수도 있다. 송정해변의 귀여운 솔방울들을 줍다 보면 한적한 해변을 발견하게 된다. 태평양의 느낌이 드는 이 아름다운 해변은 명상처럼 비어있는 느낌이 난다. 다시 소나무 숲길로 접어들면 소나무 숲길 사이로 재미나고 기발한 조각품들을 만나게 된다. 세인트존스 호텔이 위치한 소나무 숲길이다. SNS에 인생샷을 위해 조각품들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서 좀 더 걸으면 강문해변이다. 이곳에는 기념촬영하기에 좋은 조형물들이 있어 인기가 있고 야간조명이 예쁜 강문해변 솟대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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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 숲 속에 감춰진 고요한 생태 천국
경포 호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경포호를 오른쪽에 끼고 다리를 건너 호수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 경포호수광장이 나온다. 그 잔디 광장 왼편으로 경포천이 흐르고 있다. 경포천을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시 대나무 숲길을 지나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가 있는 조용한 세상으로 접어든다. 그리고 경포천을 따라 나뭇가지들이 휘어진 작은 오솔길이 있다. 고요하다. 마치 다른 나라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다. 바로 옆이 북적거리는 도로와 공원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한적해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렇게 한 장의 엽서와도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싸리나무들이 보랏빛 꽃을 흔들고, 은어 철에는 은어가 반짝거리며 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계속 걷다 보면 수국과 어우러진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놀고 있는 아이들 조각상들이 소나무 사이사이 놓여 있어 빙그레 웃음을 짓게 된다. 왼편으로 계속 가면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으로 가는 소나무 숲길이다. 가다 보면 연꽃이 가득한 연못도 만난다. 이곳은 7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연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연꽃 사이사이 나무 데크가 깔려있다. 연꽃연못을 지나 습지 위에 세워진 데크를 따라 계속 걸어가면 정자와 수련 연못을 보게 된다. 경포습지공원은 오랜 시간동안 자연생태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양한 조류와 수생 식물들이 살고 있어 그 가치가 높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오죽헌 앞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나 경포생태저류지를 따라 가시연습지로 접어들어 경포천을 따라 경포생태습지공원을 걷는 코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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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습지
순포는 바다와 거의 맞닿아 있다. 바다에 빼앗긴 시선을 돌리는 순간 녹색의 고요함이 눈으로도 보인다. 수면 위에는 수련 잎이 가득하고 그 뒤로 부들과 갈대가 멀리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구릉까지 이어진다. 넓게 이어진 모습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호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수면은 극히 일부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수초들로 빼곡하다. 습지 가운데는 십자가 모양을 한 나무 기둥 여러 개가 서 있어 경치의 중심을 잡는다. 가끔 큰 새들이 앉아서 쉬며 사냥감을 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포는 강릉사람도 찾지 않은 지 오래 된 곳이다. 경포호에서 주문진 쪽으로 약 3Km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있는 석호 습지이다. 순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7년간의 습지 복원 공사를 끝내고 나서다. 한 때 ‘순개’ 또는 ‘순개울’이라고 불리며 경포, 향호 등과 함께 강릉의 5대 호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농경지로 쓰기 위해 매립이 이뤄지고 퇴적물도 쌓여나가면서 습지는 일부 흔적 정도만 남는 상태가 되었다. 습지는 호수가 육지화 되어가는 중간단계이다. 순포 습지가 인위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아 소멸될 위기에 놓이자 2011년 복원 사업을 하게 되었다. 복원을 하면서 순포는 1920년 당시의 크기보다 약 65%가 더 커졌다. 석호 습지는 생태의 보고라고 할 만큼 바다와 육지의 다양한 동식물에게 먹이와 쉴 곳을 제공한다. 복원을 끝내고 사람의 간섭을 줄이자 생태계는 빠른 회복을 보여주었다. 물이 더러워지면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던 순나물이 땅속에서 종자상태로 발견되었다. 순나물이 많은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 순포이다. 새와 물고기들도 늘어났다. 멸종위기종이었던 잔가시고시, 수달과 삵, 고니를 비롯해 개개비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습지에는 호수가 두 군데 있다. 입구에 있는 호수가 남호이다. 흙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다보면 소나무 숲 오솔길로 이어진다. 솔숲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 것같이 잘 가꾸어져 있다. 순포정이라는 정자도 거기에 있다. 숲을 지나가면 북호가 나오는데 규모가 더 크다. 이곳에서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몇 군데 마련되어 있다. 습지 바깥으로 구불구불 산책로가 한참을 이어진다. 말없이 걷다보면 자연의 본래 모습을 만나는 듯하여 발걸음이 절로 조심스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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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절벽과 아름다운 바다의 향연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정동진 해안단구의 절벽 아래를 따라 조성된 탐방로이다. 이곳은 족히 50미터 이상은 되는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고 그 밑에는 온통 바위투성이로 사람들이 다닐 수 없는 곳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군사상 이유로 일반인에게는 개방된 적이 없었으나 2016년 이곳에 데크를 깔아 정동진에서 심곡항까지 길을 만들면서 해안 비경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평탄한 대지의 절벽 끝자락이 공중에서 보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편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바다부채길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출입구는 정동진과 심곡항 양쪽 어느 곳이든 가능하고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정동진 쪽으로 나가려면 300개 정도 되는, 다소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데크는 나무와 철재로 만들어져 있고 거리는 약 2.86Km에 이른다. 길은 벼랑 아래를 돌고 올라가고를 완만하게 반복하는데 바다의 역동적인 모습에 바짝 다가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다부채길은 천천히 보면 많은 것이 보인다. 우선 여기는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제437호)로 지정된 해안단구 지역이다. 즉 절벽의 위쪽은 바닷가였는데, 오랜 세월 바위가 파도에 깎여 평탄한 계단 모양의 대지가 만들어졌다. 최근 연구(2010년 대 이후)에 따르면 단구지역은 약 20만년 전후로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그 결과로 해수면은 약 70미터 정도 낮아져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일어난 동해안의 융기와 그 보다 더 오랜 세월 전에 이뤄졌던 지각변동의 역동적인 지질학적 기록들이 바다부채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질 역사의 현장인 만큼 자세하고도 꼼꼼한 시선이 필요하다. 형형색색의 암석과 기울어지고 비틀어진 모습을 한 지층을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있음을 알게 된다. 중간 중간에 벤치가 있다. 느긋한 마음으로 사라진 시간의 경관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도 광활한 바다에서는 쉴 새 없이 파도가 몰려오고 땅은 그에 맞서면서 대자연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홈페이지 : https://searoad.gtd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