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순포는 바다와 거의 맞닿아 있다. 바다에 빼앗긴 시선을 돌리는 순간 녹색의 고요함이 눈으로도 보인다. 수면 위에는 수련 잎이 가득하고 그 뒤로 부들과 갈대가 멀리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구릉까지 이어진다. 넓게 이어진 모습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호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수면은 극히 일부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수초들로 빼곡하다. 습지 가운데는 십자가 모양을 한 나무 기둥 여러 개가 서 있어 경치의 중심을 잡는다. 가끔 큰 새들이 앉아서 쉬며 사냥감을 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포는 강릉사람도 찾지 않은 지 오래 된 곳이다. 경포호에서 주문진 쪽으로 약 3Km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있는 석호 습지이다. 순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7년간의 습지 복원 공사를 끝내고 나서다. 한 때 ‘순개’ 또는 ‘순개울’이라고 불리며 경포, 향호 등과 함께 강릉의 5대 호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농경지로 쓰기 위해 매립이 이뤄지고 퇴적물도 쌓여나가면서 습지는 일부 흔적 정도만 남는 상태가 되었다. 습지는 호수가 육지화 되어가는 중간단계이다. 순포 습지가 인위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아 소멸될 위기에 놓이자 2011년 복원 사업을 하게 되었다. 복원을 하면서 순포는 1920년 당시의 크기보다 약 65%가 더 커졌다. 석호 습지는 생태의 보고라고 할 만큼 바다와 육지의 다양한 동식물에게 먹이와 쉴 곳을 제공한다. 복원을 끝내고 사람의 간섭을 줄이자 생태계는 빠른 회복을 보여주었다. 물이 더러워지면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던 순나물이 땅속에서 종자상태로 발견되었다. 순나물이 많은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 순포이다. 새와 물고기들도 늘어났다. 멸종위기종이었던 잔가시고시, 수달과 삵, 고니를 비롯해 개개비 등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습지에는 호수가 두 군데 있다. 입구에 있는 호수가 남호이다. 흙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다보면 소나무 숲 오솔길로 이어진다. 솔숲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 것같이 잘 가꾸어져 있다. 순포정이라는 정자도 거기에 있다. 숲을 지나가면 북호가 나오는데 규모가 더 크다. 이곳에서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몇 군데 마련되어 있다. 습지 바깥으로 구불구불 산책로가 한참을 이어진다. 말없이 걷다보면 자연의 본래 모습을 만나는 듯하여 발걸음이 절로 조심스러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