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세월이 지나도 무언가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강릉사람들에게 바로방은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방송으로 여러 차례 소개되어서 이제는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다. 1987년에 처음 문을 열어 매일같이 빵을 구워왔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시내를 찾은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빵이 조명 아래에서 먹음직스럽게 반짝반짝 빛난다. 계란물에 물엿을 섞어서 표면에 발라주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강릉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빵을 꼽아보자면 찹쌀 도넛과 야채빵, 소보로, 고로케 등이 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어려서부터 먹어왔던 80년대의 빵맛을 경험할 수 있다. 큼직하고 푸짐해서 두 개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아메리카노나 라떼 보다는 흰 우유와 같이 먹어야할 것 같은 맛이다. 고로케는 감자와 각종 채소를 볶아서 만든 소를 채워 넣은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 고기나 햄 종류는 전혀 들어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소보로빵은 분유를 많이 넣어서 만든다. 우유나 버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분유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풍미가 돋보인다. 입맛에 따라서 취향이 갈리기도 하는데, 이 고소한 매력에 중독된 마니아들도 많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찾아오는 관광객도 늘었지만 확장공사 없이 작은 가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레서피라고 한다. 갓 구워낸 빵은 비닐에 개별포장 되어 진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바로방의 빵들은 쟁반에 빼곡하게 담겨서 손님을 맞이한다. 주문하면 빵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종이봉투에 수북하게 담아준다. 비닐에 개별포장을 해주면 추억의 그 느낌이 나지 않아서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신메뉴를 개발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한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사장님과 단골손님들 덕분에 1987년의 맛은 살아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