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세상이라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존재들이 있다. 조금 촌스럽고 투박해도 문득문득 유년시절의 그 맛이 몹시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병욱 베이커리는 과거에 대한 향수까지 채워주는 포만감을 주는 곳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강릉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온 곳이다. 추억이라는 설탕이 솔솔 뿌려져 있다고나 할까. 어느샌가 빵집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명 ‘구리볼’ 같은 옛날 과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가게는 여전히 작고 아담한 그 모습 그대로이다. 하지만 종류와 맛의 다양성은 가게의 크기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메뉴 세 가지를 꼽자면, ‘시금치 카스테라’와 ‘마늘 바게트’, ‘바나나 카스텔라’가 있겠다. 바나나 카스텔라는 살며시 느껴지는 계란의 향과 감미로운 바나나의 향이 혀를 즐겁게 한다. 입 안에 계속 맴도는 묵직한 버터의 맛은 박력마저 느껴진다. 시금치 카스텔라는 이곳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다. 밥반찬으로나 먹던 시금치가 달콤한 카스텔라에 어울릴까 의심이 들 수도 있다. 맛이 이상했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대표메뉴 자리를 지키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반죽 속에 섞여든 시금치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무늬가 인상적이다. 시금치의 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채소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