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평 메타세쿼이아 길

자연이 만들어낸 소실점 속으로 걸어가다

주소
강릉시 청량동 93-2

설명








강릉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나오면 너른 들이 펼쳐진다. 우람한 산들이 어깨를 밀치고 있는 풍경 바로 앞에 갑작스럽게 시야가 확 트인 땅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해안 평야인 월호평(月乎坪)이다. 시원하게 구획이 정리된 농경지가 있고 도로는 넓고 곧게 뻗어 있다. 달리다 보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보이는데 좀 더 가다가 제18전투비행단 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건널목을 넘는 순간 다리가 훤칠한 삼각형 나무들의 군락이 눈길을 잡는다. 흰색과 황색 차선이 시야 저 멀리로 모아진다. 나무들은 지평선의 한 점을 향해 몰려간다. 길과 하늘은 이등변 삼각형으로 위아래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미술 시간에 배웠던 투시 원근법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모든 선이 모여 사라지는 가운데 그 한 점을 바라보는 것으로 힘차고 깊이 있는 공간을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다. 이처럼 강렬한 공간감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은 이 길이 약 900 미터에 이르는 직선 길이고 폭이 넓은 편이기 때문이다. 시점을 달리하여 가로수길 옆으로 멀찍이 벗어나 바라본다. 덜 접힌 우산 모양을 한 메타세쿼이아가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월호평길 메타세쿼이아 길은 공군부대에 면회 온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와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간간이 찾아오는 곳이다. 도한 때 버드나무와 벚나무 가로수가 심어지기도 하다가 1990년 무렵에 메타세쿼이아를 심었다고 한다. 수령 30년이 지나면서 가로수는 키가 20미터를 넘었다. 주변은 여전히 벤치 하나 없고 관리가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다.   봄이면 꺼칠한 연두색을 빛내고 여름이면 우람한 원뿔을 뽐낸다. 메타세쿼이아의 가을은 들판의 황금빛이 물러난 11월 중반에 찾아와 긴 여운을 보여준다. 한겨울 눈보라를 맞고 서있는 메타세쿼이아의 모습은 흡사 거인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이라는 공군의 슬로건처럼 위풍당당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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