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향호는 강릉시 주문진읍에 있다. 주문진을 찾는 관광객들도 소돌 소원바위나 주문진어시장을 주로 방문할 뿐 향호는 낯설다. 그러나 향호는 마음의 그 분주함만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게 되는 것들이 많다. 7번 국도를, 차를 타고 흘긋 지나치며 본 풍경이 인상에 남아 궁금해지는 곳이다. 향호는 동해안 지방의 대표적인 석호(潟湖 lagoon) 중 하나이다. 해변에서 모래가 쌓여가다가 바다와 분리되면서 소금기 있는 호수가 만들어졌는데 약 6~8천 년 전으로 보고 있다. 향호라는 이름은 향나무와 관련 있다. 옛날 천년 묵은 향나무가 홍수로 떠내려 와 호수에 잠긴 이후부터 향나무 냄새가 났는데 거기서 이름을 땄다는 전설이 있다. 호수에 향나무를 묻었는데 여기에서 향호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기록한 조선시대 시도 있다. 모두 물속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埋香)풍속과 관련이 있다. 신라시대 이후 고급 향을 얻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면서 오백년, 천년 뒤에 이 향이 피워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미륵신앙에서 매향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지점은 최적의 장소로 꼽혀왔다. 향호 수변을 따라 산책길이 빙 둘러 나있다. 약 2.5Km 거리로 걷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대부분은 나무 데크로 길이 나 있는데 수초지대를 가로지르는 길에서는 풍성한 갈대와 새들을 함께 볼 수 있다. 벚꽃나무가 양편으로 서있는 길도 있어 봄에는 많은 주민들이 찾는다. 향호는 호수 어느 편에서 보든 하늘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수면에 담아낸다. 고요하게 때로 춤추는 수초 대와 뛰어오르는 물고기들, 반짝이는 태양의 조각들이 넘쳐난다. 특히 서쪽 산맥들이 겹겹이 서 있는 모습은 가장 훌륭한 경관이라고 할 만하다. 오전, 해가 산들을 분명하게 비출 때와 노을로 물든 하늘과 호수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언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낮고 태백산맥은 저 멀리 드리워져 있어서 호수의 풍경을 한층 더 고요하고 편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