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거창하지 않아 정겨운 느낌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는 카페가 오죽헌 근처에 있다. ‘사임당의 뜰’이라는 곳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찻집에 더 가깝다. 실내로 들어가기까지 한참이다. 넓게 펼쳐진 정원에 탐색할 게 너무 많다. 숲속 벤치며, 노란 칠한 자전거, 커다란 수레바퀴 옆 단지가 몇 개인지 세어 보는 재미가 있다. 또 함께 한 이들과 꽃이며 나무 이름을 알아맞히는 대결도 신난다. 실내로 들어오니 역시 그 분위기다. 과하지 않은 앤티크한 가구와 커다란 실내 화분이 곳곳에 있어 운치 있다. 높은 천정과 큰 창이 시원함을 더하고 정원을 마주하는 창가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 행복이다. 카페 한구석에 놓인 로스팅 기계는 커피뿐 아니라 차도 로스팅을 한다고 하니 특이하다. 이 층에는 한쪽에 다실이 있고 반대쪽은 정원을 가득 품고 있다. 주문한 음료와 빵이 나왔다. 정원에서 갓 따온 작은 꽃과 허브 잎이 노란 레몬 에이드와 빵 위에 앙증맞게 올려져 있다. 함께한 이는 박수를 친다. 대접받는 기분이라며 오로지 이 카페에서만 가능한 느낌이란다.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 참여하시는 사장님이기에 가능한 카페다. 차를 마시며 가만히 정원을 응시하다 보니 타샤 튜더의 정원이 보인다. 맨발로 정원을 산책하는 상상을 했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카페를 나서며 아쉬운 마음에 다시 정원을 둘러보니 정원 끝에 흙담이 숨어있다. 기와장이 살포시 얹혀진 제법 긴 흙담이다. 오랜 시간 꿋꿋이 세월을 견뎌온 힘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원과 너무 잘 어울린다. 그래서 더 정겹다. 한여름에 편안함과 싱그러움을 준 ‘사임당의 뜰’은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