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계시오? 지나가는 과객(過客)이오만, 여기서 하루만 묵어갈 수 있겠소이까? 내가 대굴령을 넘어 한양으로 가야하는데 벌써 밤이 어두워졌소.”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선비가, 고운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가 뛰놀 것만 같은 성산면 금산리 언덕의 어느 고택.
조선 중중 대 지어진 별당, 선비 김열의 호인 ‘임경당(臨鏡堂)’ 에서 이름을 딴 별당 ‘상임경당’ 과 안채 건물을 강릉 김씨 13대 종손이 전통찻집으로 꾸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코스요리가 나오는 한정식 전문점으로 운영되었는데, 올해 5월부터 내부수리 및 새단장 후 전통차와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한옥카페로 새로이 오픈하셨다고 한다.
강릉 김씨 13대 종손의 남다른 손맛을 거친 수제 약선차와 전통음료, 그리고 한옥카페에 잘 어울리는 떡 구이, 팥빙수, 수리취떡, 수수부꾸미 같은 간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아낙네가 허리를 굽혀 불을 떼고 밥을 지었을 것 같은 주방 공간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현대식 주방시설이 들어서 있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 같지만, 묘하게 한옥의 틀과 잘 어우러진다.
그 옛날, 조선시대에 이 고택에서는 푸른 금산리 앞뜰과 건너편 구산리의 앞산, 오른쪽 멀리로는 대관령까지 모두 한눈에 펼쳐졌을 것이다. 상임경당 정자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고 있으면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다. 율곡 이이 선생을 비롯한 조선 선비들의 현판이 상임경당 높은 곳에 걸려있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떼, 오곡라떼, 황제차, 식혜, 쌍화밀크티, 인절미구이가 나왔다. 문양이 아름다운 다기에 담겨 나오는 차는 작은 초를 피워서 계속 따뜻한 상태로 마실 수 있다. 마치 500년 전으로 회귀한 것만 같은 공간에서 전통차와 서양의 양탕국(珈琲가배)을 함께 마시고 있으니 평소에 관심도 없는 시를 한 수 읊어야 할 것 같고, 책을 읽어야 할 것 같고, 화선지를 깔고 붓글씨를 써야만 할 것 같았다.
도심 속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휴식이 있는 곳. 이렇듯 우리의 삶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 (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 문을 열면 만가지 복이 들어오고, 마당을 쓸면 황금이 생긴다.
https://www.instagram.com/gwagaek/